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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o on

2011년 7월 20일에도


 


예전에 외할아버지 집에 놀러가면

놀 만한 공간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마루에 따분하게 누워서 나무 바닥의 결만 보고 있었다.


외갓집에는 문이 항상 잠겨져 있는 창고 같은 광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가 물건을 꺼내러 들어가실 때 뒤에서 보면, 어두컴컴하고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천장까지 차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곳이 최대로 무서웠다.


심심함은 극도로 치닫으면, 보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외할아버지한테 전해오라는 것들을 주신다.

아니면, 진지드시라고 말하고 오라고..


이런 저런 심부름은 결국 외갓집 문을 나서게 만드는데, 

서울이었지만 옛날 집이던 외갓집은 대문의 위에는 기와로, 측면에서 보면 'ㅅ'형태인 그러한 문이였다.


그 위를 한번 본 적이 있는데, 

두 번째로 무서운 것이 거기엔 거미줄과 아주 큰 거미가 진을 치고 있었다. 

빛의 속도로 지나가지 않으면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은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이 관문만 지나면 할아버지한테 가고, 그러면 맛있는 것을 주실 것이다.

빠르게 지나간다. 아무도 나를 찾지 마라. 다시 지나가고 싶지 않다.

어머니가 다시 불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할아버지가 일하고 계시는 복덕방으로 돌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복덕방에 가면 할아버지가 친구분들과 얘기를 하고 계신다.


나의 등장으로 잠시 내 얘기가 나왔다가 금세 알 수 없는 얘기들을 하신다.

그러면 나는 할아버지가 일하시는 책상에 앉아서 

할아버지 책상을 탐색한다.


책상에 붙여진 용산행 지하철 시간, 노란색 나무 줄자.

구역 번호가 붙여진 지도 등..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갖고 계시던 물품들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를 가져오게 되었다.

연도 지난 다이어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매일 마주하지 못해

뭔가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이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같은 기분이다.


지금 책꽂이에서 5년전에 회사에서 나눠줬던 2011년 다이어리를 찾아냈다.

쓸만한가 체크하다가 발견.


이 때도 나는 따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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